친구들로부터
FRIENDSGIVING
신나리 <슬이에게>_RE:2023

슬이에게

슬이는 새벽 여섯 시면 사랑을 주렁주렁 매달고 일어나는 아이다

이른 아침 음악을 들으며 눈물을 쏟은

돌아오는 길 식물을 한 아름 사 온 너

슬아, 오늘 꿈에서

웬 남자애가 너를 좋아한다고 했어

뭣도 모르는 놈이 너를 좋아한다고 하니 화가 났지

슬이는 너를 좋아할 리가 없다고 말했다

나는 너를 알잖아

너를 안다고 말하고만 싶다

뻗어나가는 방향을 바라보며

우리에겐 다정한 질문을 던질 시간이

남아 있다고 말하고만 싶다

슬아, 너는 나를 좋아하지?

쉽게 용기 내지 못할 때 함부로 다가오지 않잖아

겁이 많아 생겨난 비밀들을 파헤치지 않잖아

네가 기다려 줄 것이라고

나는 괜찮은 것만 같다

지난밤 본 것에 대해선 입을 다물게 된다

내가 여리고 작은 남자애의 마음을 짓밟았다는 거

다시 너를 꿈꾸지 못하도록

감히 상상도 못 하도록

나는 상상 속에서도 매번 꺾였다

꺾였는데도 계속 살고 싶어서

너를 기다리는 일

네 붉은 뺨 가까이 한 불행이 스쳐 지나가는 것을 바라보며

기다리다가 쓰는 일

속상한 밤 피어나는 잎사귀를 닦으며 듣고 있을 슬이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