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IL SS(대충 외전이라는 뜻)
To. PB&J(대충 피넛버터와 잼이라는 뜻)
주리와 피비 님의 메일은 잘 봤어. 주리가 왜 나에게 이 글을 읽어보라고 추천한 것일까 생각하기 보다는 두 명이 주고받는 이메일 속에서 또르륵 굴러 나오는 것을 그냥 주워 먹으려고 해. 나는 지금 코로나 생활 치료센터에 있어. 내가 코로나에 걸려서 입소한 것은 아니고 여기서 공무원들과 의료진들과 군인들과 경찰들과 그외 분들과 함께하는 생활을 하고 있지. 10월 12일에 입소했는데 그 전날인 10월 11일은 우리 할머니가 돌아가신 날이야. 주리와 피비 님과 비교하면 난 아마 불속성 효손자쯤 될까? 돌아가셨다고 카톡으로 전해 들었는데 별로 실감이 안났어. 다만 검색해보니 장례식장인 일산까지 3시간 정도 걸린다는 것을 보고 지하철에 사람이 많이 없어서 앉아서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
새벽에 장례식장을 나와서 집에 갔어. 내일이 됐고, 나는 용인으로 왔어. 그리고 카톡으로 할머니의 발인이 끝나 선산에 묻히셨다는 얘기를 들었지. 부모님은 끝끝내 자식들한테 우는 걸 들키진 않으셨어. 우리 큰누나가 출산한 지 이제 막 10일이 됐거든. 할머니는 아버지와 큰고모의 친어머니가 아니시고, 우리 어머니의 친어머니도 물론 아니시지. 그날 장례식장은 한산했고, 어릴 적 할머니와 친했던 친척 동생은 오지 않았어. 나는 그게 코로나 탓이라고 생각했고, 큰고모의 아들인 의사 형과 나는 앉아서 술을 내내 마셨어.
나는 엄마와 아빠를 무척 좋아해. 물론 우리 누나들도 좋아하고. 주리가 엄마를 잘못 읽었다는 감각 혹은 다 알 것만 같은 감각을 느꼈다는 것에 공감했어. 나는 최근 들어 엄마의 눈을 잘 보지 못하거든. 눈을 보면 자꾸만 상상하게 돼. 그 상상 속에서 엄마는 가끔 가다 사라지기도 하고, 죽기도 하고, 무척 늙어서 주름이 자글자글해져 상상할 수 없는 얼굴이 되어버리고. 상상 속에서도 우리는 서로를 제대로 바라볼 수 없구나 하고 생각하면 엄마의 눈을 피하게 되고. 그래서 나는 스마트폰을 자주 바라보고.
쓰고보니 뭔가 막 쓴 것 같기도 하고. 여기서 줄여야겠다. 다음에 또 편지가 나한테도 왔으면 좋겠다.
엄마귀신 샌드위치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