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게의 사랑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어느 역 안. 검정 가죽 구두를 신은 ‘지영’이 굽소리를 흘리며 앞으로 향한다. 가야 할 곳은 분명 알고 있지만. 도로 위 허공에서 흐느적대는 흰 봉투의 발끝처럼 사뿐히, 아 혼란스럽게, 가만히 서있을 수 있도록 끈질기게 잡아 끄는 힘을 찾아.
굉음과 함께 어둠을 찢으며 내달리는 기차. 차창으로 주홍 조명들이 빠른 속도로 나타났다 사라지고 다시 나타났다 사라지다가-흰 천장, 꿈뻑.
굳은 손발과 허리를 위해 마련된 풍경. 요양원의 빳빳하고 깨끗한 침대 하나를 등에 이고 기다리는 중. 기억하는 얼굴들을. 얼굴들이 기억하는 행복들과 행복들이 기억하는 익숙한 집 내음. 그리고 꿈속에서조차 잊을 수 없는 ‘정자’, 자신의 무게.
* ‘정자’는 ‘지영’의 어머니의 어머니